숲해설가의 길은 나의 운명?
작성자 강신호
저는 제가 저의 인생에서 숲해설가의 길을 걷게 되는 시나리오를 전혀 고려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함께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배우자가 먼저 이 길을 가고 있었음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갑자기 이 과정의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금 돌아보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2026년 들어서 저에게 갑작스럽게 좋지 않은 일들(특히, 몸의 특정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였고 잘 낫지 않아 좋아하던 운동 등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비롯하여...)이 일어났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몇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기왕이면 집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결정을 내리고 마감날이 다 지나서야 숲해설가 전문과정에 꼴찌(?)로 입학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나에게 정해진 길이었음을 받아들인 숙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숲해설가의 길에 들어섰기에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저에게 또 다른 행운의 만남, 커다란 인연이 수없이 많이도 다가왔습니다.
그 먼저는, 함께 같은 길을 가게 된 57기 숲 동료들을 만난 것입니다. 20대의 젊은 동기부터 같은 또래의 60대 친구들, 형님뻘의 70대 동기님들까지 매력적인 개인 캐릭터와의 만남은 저에게 풍성한 남은 인생의 합창을 들려주고 계십니다. 더불어 숲을 배우게 됨으로써 만남이 이루어진 강사님들, 협회 임원님들과 현장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선배 해설가님들 그리고 더 배우고자 만나게 되는 새로운 강사님과 같은 처지의 고수 동료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참 많은 인연을 새로 만나게 된 것은 예정된 길이었을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인연의 그물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평소에도 어렴풋이 그리워만 했던 자연의 속살과의 다시 만남이 그것입니다. 그동안에도 인연의 끈이 끊어진 적은 없었지만 멀리하고 소홀히 했던 지난 날이었습니다. 다시 만난 쑥부쟁이는 제게 다가와 저들의 아름다운 향기로 속삭이고, 노랑 능소화는 예쁜 꽃의 자태로 윙크를 날리며, 팽나무는 녹색의 매끄러운 잎과 동그란 열매로 싱그러운 향연을 노래합니다. 지난여름 많이도 만났던 참매미는 밤이 새도록 힘차게 노래 불러주었고, 얼룩무늬가 예쁜 표범나비는 멋진 발레 솜씨를 뽐내었으며, 씩씩한 물까치는 너무 가까이 오지 말라 하고 멧비둘기는 더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합니다.
덤으로 실습 시간에 만났던 창경궁은 제가 멀리하고 있었던 역사의 장으로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제가 관심도 많았고 좋아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저를 인도하여 그 시절의 인물들과 다시 만나게 해주었고, 그 역사의 희비극 현장을 함께 했던 궁중의 나무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소중한 추억은 눈을 감는 날까지 저에게 감동으로 남을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자연의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내가 그들을 만나서 얻는 즐거움과 기쁨을 그들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되는 길에 적극 나서고 싶습니다. 남한산성에서 만났던 멸종 위기종 2급인 백부자는 고고한 자태로 사람의 넋을 빼놓는가 싶었으나 사실은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는 숲이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것처럼 우리 사람들이 숲에게 베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저와 우리 동료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꼭 그래야 할 것이라고 다짐해 봅니다.